[PARIS#10] 한국엔 없는 기아차 ‘씨드’ 탑승기

이다정 기자 2018-10-30 09:59:23
한국인의 눈으로 본 신형 씨드(CEED)는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얼굴은 신형 K3와 비슷하지만 속까지 들여다보면 다른 점이 꽤 많다. 씨드가 낯설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에 없기 때문이다. 디자인에서 상품성까지 유럽인들을 생각해서 만든 차다. 오히려 유럽인들에게 친숙하다.

지난 2006년 기아차는 해치백 씨드를 처음 선보였다. 작고 실용적인 해치백, 소형차가 주를 이루는 유럽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이미 폭스바겐 골프, 푸조 308 등 쟁쟁한 경쟁자가 가득하지만 지금까지 130만여대를 팔며 기아차를 유럽 시장에 각인시켰다.

"신형 K3와 닮은 듯 다른 씨드"

요란한 비가 내리고 하룻밤 사이 프랑스에도 가을이 찾아왔다. 단풍처럼 붉게 물든 씨드를 주차장에서 처음 마주쳤다. 첫 인상은 다부지고 예쁘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다는 게 아쉬울 정도다. 신형 K3의 얼굴이 겹쳐 보인다. X-크로스 LED DRL과 호랑이코 그릴, 불룩하게 주름진 보닛 등은 K3와 같다. 씨드 이전 모델과 비교하면 은빛 크롬 장식을 많이 덜어냈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스포티한 이미지가 더욱 강조된 느낌이다. 전장 4310mm, 전고 1447mm(-23mm), 전폭 1800mm(+20mm)로 이전보다 낮고 넓어진 덕분이다. 치켜 올라가 있던 쿼터글라스 끝자락을 2열 창 바닥 높이와 맞추면서 자세는 더욱 안정적이고, 길이는 이전보다 길어 보인다. 실제 전장은 그대로다.

뒷면은 둥글둥글하던 모습이 사라지고 날렵해졌다. 강렬한 직선을 강조한 디자인으로 기존의 앳되고 귀여운 인상을 버렸다. 테일램프 디자인은 스토닉이나 스포티지의 것을 반영한 듯하다. 위에서 누른 듯 윗면을 평평하게 다듬었다. 오른쪽 하단에는 타원형 머플러를 장착해 역동적인 느낌을 더했다.

실내를 살피기 위해 도어 손잡이를 살짝 들어 올렸다. 문짝이 꽤 무겁다. 해당 세그먼트의 차량들과 비교하면 월등히 무거운 수준이다. 이런 요소는 차를 타고 달리기 전에 심리적으로 전해주는 무엇인가가 있다. 무거운 문짝을 열어 차에 타니 더욱 보호받는 느낌이다. 괜히 안정적이고 묵직한(?) 승차감을 전해줄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인테리어는 기아차에서 흔히 보던 레이아웃과 디자인으로 구성돼 있다. 디테일이 조금씩 다르다. 먼저 센터페시아 상단의 돌출형 디스플레이는 네모반듯한 직사각형의 8인치 터치스크린이다. 기아차 국내 모델들에 적용된 사다리꼴 형태의 디스플레이와 달리 베젤이 얇고, 또 베젤과 화면의 구분이 희미해 몰입도가 높다.

실내 버튼은 납작하게 붙어 있다. 조작 편의성을 위해 살짝 굴곡지게 만든 국내 버튼 디자인과는 차이가 있다. 씨드의 실내 재질은 전반적으로 고급스럽진 않지만 조립이나 마감 품질이 뛰어나다. 현대・기아차가 잘 할 수 있는 것들, 이를테면 실내를 깔끔하고 고급스럽게 다듬는 능력이 돋보인다.

이 외에 각종 USB 포트와 무선 충전 패드, 다양한 수납 공간 등 편의 사양은 국내와 마찬가지로 풍부하다. 한 가지 의아했던 점은 계기판 언어 지원이다. 유럽에서 판매하는 차량인데 계기판에 몇몇 정보가 한국어로 나온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그냥 넘어갈 뻔 했다.

실용성을 강조하는 해치백답게 공간은 넉넉하다. 1열 뿐만 아니라 2열, 트렁크 공간 모두 충분히 넓다. 2열 탑승객의 머리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천장을 움푹 팠다. 적재 능력도 탁월하다. 2열 시트는 40:20:40으로 개별 폴딩이 가능하며 트렁크 공간과 평평하게 이어지도록 접을 수 있다. 600리터 적재 용량을 쓰임에 맞게 활용할 수 있다.

"유럽차 감성 그대로를 담고 있다"

이날 잠시 시승하는 동안에는 운전석이 아닌 동승석에 앉았다. 운전은 촬영을 함께한 선배가 맡았다. 시승차는 최고출력 120마력을 발휘하는 1.0 터보 GDI 엔진과 함께 6단 수동변속기를 장착하고 있다. 파리 시내와 교외를 곳곳을 돌며 느낀 씨드에 대한 전반적인 인상은 부담없이 가볍게 탈 수 있는 해치백이라는 것.

매끄러운 변속과 부족함 없는 초반 가속력이 인상적이다. 배기량은 작지만 고속 주행에서 결코 부족함을 느낄 수 없다. 날렵하다기보다 가벼운 느낌이다. 핸들링은 유럽차에서 느꼈던 감성을 그대로를 담고 있다. 굼뜨지 않고 연결성이 좋다.

씨드는 프랑스 현지에서 모션, 액티브 , 에디션 총 세 가지 트림으로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우리나라 돈으로 약 2700만 원부터 시작한다. 엔진 라인업은 1.0리터 T-GDi, 1.4리터 T-GDi 등 2종의 가솔린과 1.6리터 디젤로 다양하게 구성했다. 이들 엔진은 6단 수동 변속기를 기본으로 1.4리터와 1.6리터는 7단 DCT와 조합을 이룬다.

안전 사양도 풍부하다. 유럽에서 판매하는 기아차 최초로 차로 유지 보조(LFA, Lane Following Assist, LFA) 기능을 적용했다. 또한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 차로 이탈방지 보조(LKAS), 운전자 주의 경고(DAW), 후측방 충돌 경고(BCW), 하이빔 보조(HBA) 등 다양한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을 마련했다.

유럽의 주차장만 훑어 봐도 유럽인들이 어떤 차를 선호하고 많이 타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유럽을 포함해 전 세계적에 SUV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고 해도 유럽에서 해치백은 여전히 매력적이고 인기있는 차량이다. 실제 프랑스에서 많이 팔리는 상위 차종은 대부분 해치백 차지다.

프랑스에서 한 달을 지내는 동안 도로에서 꽤 많은 씨드를 마주쳤다. 해치백 본고장인 유럽에서 12년 동안 3세대까지 이어오며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는 게 괜시리 뿌듯해진다. 신형 씨드는 기본 모델 뿐만 아니라 올 하반기부터 SW, GT 등 다양한 가지치기 모델로 판매될 전망이다.

이다정 기자 dajeong@autoca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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