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작년엔 소니카, 올해는 애플카...왜 지금일까?

2020년 1월, 소니카 CES서 등장...콘텐츠, 솔루션 방점
2021년 1월, 애플카 현대차 협업 이슈...시너지 기대
이다일 기자 2021-01-08 16:07:18
[오토캐스트=이다일 기자] 아직 2021년이 입에 붙지도 않은 시점인데 자동차 업계는 들썩이고 있다. FCA와 PSA는 합병에 이르렀고 기아자동차는 회사명과 로고를 싹 바꿔 발표했다. 여기에 8일 오전에는 현대자동차가 애플과 자동차를 제작하는 파트너가 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 1월은 기술을 강조하는 시기다. 특히, 전기차를 시작으로 가전 기술과 자동차 기술이 통합되면서 더욱 기술 이야기가 많은 때다. 자동차에는 5G 네트워크가 들어가고 스마트폰은 당연하게도 자동차와 통합되는 추세다. 조만간 판매량의 상당수를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발표도 이어졌다.

해마다 이런 발표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1월 첫 주에 열리는 세계 최대의 가전제품전시회 CES를 통해 공개됐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의 여파로 행사가 온라인으로 대체됐다. 참가 업체들의 전략도 바뀌었다. 온라인 행사인 만큼 독자적으로 올해의 기술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이미 메르세데스-벤츠가 7일 밤 10시, 그 1시간 뒤에 하만(HAMAN)이 온라인으로 발표했다.
2020년 1월 소니가 공개한 콘셉트카 '비전-S'

지난해에는 라스베이거스의 호텔을 빌려 별도로 대규모 행사를 개최했던 회사들이 독자적인 온라인 쇼를 보여준 것이다. 작년 일본의 소니는 CES에서 자동차를 공개했다. 행사 직전 온라인으로 유출된 내용에는 소니가 자동차를 만들었고 양산 돌입 직전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소니에 대한 기대감과 추억이 자동차와 섞이며 큰 관심을 받았다.

당시 행사에서 소니는 실제로 동작하는 차를 내놨다. 위탁생산회사와 협업을 통해 만들어낸 차다. 하지만 소니의 자동차 업계 진입은 별개의 이야기였다. 실제로는 차를 통해 소니가 갖고 있는 카메라, 센서, 게임과 음악의 콘텐츠를 자동차와 융합하는 것을 보여주는데 더 비중을 두고 있었다. 이후 2020년 5월에는 소니 픽처스와 현대자동차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소니의 영화 '스파이더맨' 등에 현대차의 미래 비전인 모빌리티 솔루션을 노출하고 현대차에서는 소니 픽처스의 콘텐츠를 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시작이었다.
소니 비전-S

작년 말부터 조금씩 흘러나오던 애플의 자동차 생산 계획은 올해 초 현대차와 협업 이야기가 불거지며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주가는 8일 18.20% 상승했다. 현대차와 애플이 자동차를 공동 개발한다는 엄청난 이야기 주가 상승의 재료였지만 현대차와 애플은 모두 “논의 초기단계, 결정된 것 없다”는 입장이다.

애플은 과연 현대자동차와 협업으로 전기차를 생산할까. 혹시 작년 이때쯤 나왔던 소니의 이야기와 비슷하게 흘러가지는 않을까. ‘프로젝트 타이탄’이라는 자동차 개발 업무가 이미 애플 사내에서 진행이 되고 있었다지만, 그리고 전기차가 내연기관에 비해 부품 숫자가 적고 모듈화가 되어있어 진입장벽이 낮다고 하지만 길게는 100년 이상 이어온 자동차 회사와의 경쟁 구도에서 승리해 수익성 있는 사업으로 키우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돌려 말하면 그런 위험을 감수하며 대규모 투자를 감행할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소니픽처스는 현대자동차와 2020년 5월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다만 이런 해석은 가능하다. 애플은 콘텐츠 플랫폼과 IT기술은 이미 BMW그룹을 포함한 다수의 자동차 회사와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도 IT, 물류, 소셜 공유 등 다양한 회사와 협업을 추진했다. 이 가운데 애플과 현대자동차의 협업 이야기는 당연한 결과이며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 이외의 나머지 분야에서도 시너지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상상도 가능하다. 거대한 투자비용이 들어가는 자동차 생산은 현대자동차에 맡기고 애플은 콘텐츠와 IT 기술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이미 현대차는 삼성, LG는 물론 국내외 회사들과 협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로는 이같은 추세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애플의 입장에서도 글로벌 시장에 이미 부품조달, 생산, 판매, 사후관리 망을 갖춘 현대차그룹과의 협업이 안전하게 자동차 제조업에 뛰어드는 방안일 수 있다.
2020년 1월 CES에서 바이튼이 발표한 전기차 'M-Byte'의 실내

지금까지 전기차를 바탕으로 한 이른바 자동차 스타트업의 성공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테슬라 정도가 글로벌 시장에 급성장하며 주목받고 있다. 작년 CES에서 전직 BMW의 기술자와 중국의 자본이 만났고 한국 군산에서 생산을 기약하던 회사 바이톤 역시 불과 1년 만에 직원들을 해고하고 해산 직전에 이르렀으며 최근에는 애플의 제품을 위탁 생산하는 폭스콘의 투자를 유치한다는 소식으로 들썩하다.

이외에도 루시드, 카누, 니오를 포함해 미국과 중국, 유럽에서 대규모 투자를 받아 전기차를 개발하던 많은 회사들이 각각의 이유로 신호등 앞에 멈췄다. 세계적인 가전 회사 다이슨 역시 약 4조원을 투자했다가 사업성을 이유로 3년 만에 전기차 개발을 포기했다.

auto@autocast.kr
    경향신문과 세계일보에서 여행, 자동차, 문화를 취재했다. 한민족의 뿌리를 찾는 '코리안루트를 찾아서'(경향신문),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소개한 '아름다운 한국'(경향신문+네이버) 등을 연재했고 수입차 업계의 명암을 밝힌 기사로 세계일보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2017년에는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캐스트를 창간하고 영상을 위주로 한 뉴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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