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모험과 여행의 든든한 지원군, 허스크바나 노든 901

2022-11-05 10:00:02
허스크바나 노든 901은 지향점이 뚜렷하다. 어드벤처 투어링이란 장르에 맞게 거친 모험과 장거리 여행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같은 평가는 옵션으로 제공되는 알루미늄 케이스 세 개에 짐을 가득 싣고 840km에 달하는 긴 여정을 마친 뒤 확신했다. 사실 노든 901의 이 같은 특징은 태생적 배경을 고려하면 굉장히 인상적이다.

노든 901은 기본적으로 KTM 890 어드벤처 시리즈와 많은 것을 공유한다. 최고출력 105마력, 최대토크 100Nm의 중저회전 영역에서 강력한 힘을 전하는 병렬 2기통 889cc 엔진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퀵시프트로 부드러운 작동감을 자랑하는 변속기와 여유로운 제동력을 보여주는 브레이크 시스템, 견고한 프레임까지 동일하다.

자연스레 수준 높은 오프로드 성능도 기대할 수 있다. 노든 901의 밑바탕이 되는 KTM 890 어드벤처 시리즈가 동급 최고 수준의 오프로드 성능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890 어드벤처 R의 경우 실력 있는 라이더가 조종한다면, 하드 엔듀로 모터사이클이 갈 수 있는 곳까지 달린다. 이 때문에 노든 901의 오프로드 성능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도 노든 901은 뛰어난 오프로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단적인 예가 낮은 무게중심이다. 19리터 용량의 연료탱크가 엔진을 중심으로 상단과 좌우 하단부, 세 구역으로 나눠져 있다. 이로 인한 차체의 경쾌함은 제자리에서 노든 901을 이동시킬 때나 주행 중 분명히 드러난다. 덕분에 오프로드뿐 아니라 온로드에서도 공차중량 220kg이 넘는 무게에 대한 부담이 매우 낮다.

보다 근본적인 요인은 서스펜션의 가동 범위와 지상고다. 앞뒤 각각 220mm, 215mm로 넉넉하게 움직이는 서스펜션 덕분에 노든 901의 지상고는 252mm에 달한다. 여기에 오프로드 주행 모드, 트랙션 컨트롤 개입량을 9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익스플로러 주행 모드, 오프로드 ABS 모드 등 소프트웨어가 강력한 하드웨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노든 901은 정통 어드벤처와는 조금 다른 노선을 걷는다. 거칠고 박력 넘치는 주행 감각보다 한결 매끈하고 여유 있는 특성을 보여준다. 이런 차이는 디자인에서부터 두드러진다. 터프하고 우락부락한 디자인보다 정제된 디자인을 내세운다. 스바르트필렌, 비트필렌 등 허스크바나 네이키드 모터사이클에서 볼 수 있었던 뉴트로 디자인이 적용된 결과다. 그에 따라 동그란 헤드램프와 안개등을 중심으로 차체 모든 부분이 깔끔하게 연결되어 있다.

다만, 시선을 강하게 끌어당길 만한 포인트는 부족하다. 그런 만큼 불호의 요소는 극히 적다. 보면 볼수록 호감이 가는 외모다.

여기에 디자인은 단순한 심미성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자세히 살펴보면 모든 부분이 장거리 투어를 염두에 둔 기능적인 설계다. 대표적인 부분이 바로 시트다. 겉보기에도 좌우 폭이 넓고 쿠션이 굉장히 두툼하다. 이로 인해 정차 시, 854mm(873mm로 조절 가능)인 시트가 더 높게 느껴진다. 물론, 주행을 할 때만큼은 엄청난 편안함을 보장한다. 시승차의 경우 쿠션감이 더 뛰어난 에르고 시트 옵션이 더해져 이 같은 특징이 더욱 극대화됐다.

노든 901의 디자인에서 찾을 수 있는 또 다른 기능적인 요소는 공력 성능이다. 사실 윈드실드 자체는 면적이 작아 상체로 향하는 주행풍을 모두 막아주지 못한다. 옵션인 윈드실드 스포일러가 시승차에 적용됐지만 이마저도 효과는 적다. 대신 헤드램프 좌우에 위치한 안개등에서 시작해 차체에 낮게 위치한 분리형 연료탱크까지 이어진 사이드 페어링의 역할이 크다. 장거리 주행에서 몸통과 하체로 향하는 바람을 적절히 막아줘 전체적인 피로도가 크게 줄어든다.

무엇보다 장거리 주행을 편안하게 마칠 수 있었던 1등 요인은 절묘하게 세팅된 서스펜션이다. 노든 901에는 말랑말랑한 성격을 띠는 WP의 APEX 시리즈가 적용됐다. 이런 설정에 앞서 언급한 것처럼 상당히 긴 가동 범위가 더해져 속도에 관계없이 노면의 모든 충격을 흡수한다. 느낌만 놓고 본다면 차체는 가만히 있고 앞뒤 바퀴만 위아래로 움직이며 달리는 것 같다. 결정적으로 도로의 크고 작은 둔덕을 넘기 위해 속도를 줄이고 기어 변속하는 과정이 불필요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피로도가 크게 감소했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노든 901의 서스펜션이 주행 역동성도 챙겼다는 점이다. 댐퍼의 움직임이 부드럽고 여유로우면, 일반적으로 차체가 요동치고 피칭도 심하기 마련이다. 마치 과거 미국 자동차처럼 말이다. 그러나 노든 901은 다르다. 크고 작은 요철을 넘으며 충격을 흡수할 때 댐퍼가 3회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즉, 서스펜션이 잔진동을 남기지 않고 빠르게 원래 상태를 회복한다. 그래서 어떤 노면에서도 자신 있게 속도를 유지하며 코너를 돌아나갈 수 있다.

이 같은 특성들은 온로드뿐 아니라 오프로드 주행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다. 실력이 뛰어난 라이더라면 노든 901의 모든 잠재력을 오프로드에서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오래 타면 탈수록 거친 모험 길 못지않게 다양한 지형이 뒤섞인 장거리 여행에도 적합하다. 그런 생각이 절로 들만큼 노든 901은 긴 여행에서 편안함을 제공했고, 다양한 상황에서 자신감을 북돋아줬다. 허스크바나에서 노든 901의 런칭 당시 수백킬로미터에 달하는 북유럽의 도로를 횡단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것도 바로 이런 자신감과 이유 때문일 것이다.

글 김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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