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더 뉴 카마로SS, 이젠 범블비가 아니다

이다정 기자 2018-12-18 09:46:15
카마로는 몰라도 범블비는 안다. 2007년 영화 ‘트랜스포머’에 등장했던 샛노란 카마로를 기억한다. 어느덧 트랜스포머는 5편으로 끝이 났다. ‘범블비’라는 이름은 다른 차에 붙여져 곧 새로운 영화로 등장한다. 그 사이 카마로 SS도 변했다. 5세대에서 6세대로 거듭났다. 더 이상 영화 속 범블비가 아니다.

6세대 카마로 SS의 부분변경 모델을 보러 용인 스피드웨이로 향했다. 전 날 폭설이 내린 데 이어 한파가 닥쳤다. 혹시라도 미끄러져 넘어질까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내딛는다. 이럴 땐 머슬카도 별 수 없다. ‘그르렁’ 소리와 함께 드리프트로 등장한 ‘더 뉴 카마로 SS’ 역시 이 날 만큼은 이따금씩 움찔거리며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카마로는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6세대에 걸쳐 진화했다. 이번 카마로 SS는 부분 변경을 거치며 꽤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먼저 머슬카다운 두툼한 몸집을 유지하면서도 세부적인 디자인 요소들을 다듬었다. 성냥갑을 쌓아 올린 듯 각지고 투박했던 부분을 대패로 쓱쓱 벗겨낸 모습이다. 곳곳이 날카로워졌다.

새로운 헤드램프는 LED 램프로 줄을 그어 감쌌다. 보다 날렵한 인상을 준다. 헤드램프와 같은 높이에 있던 보타이 엠블럼은 정중앙으로 자리를 바꿨다. 크롬을 두른 엠블럼의 속은 텅 비었다. 들끓는 V8 엔진이 마음 편히 제 능력을 과시할 수 있도록 숨구멍을 터준 것이다. 그릴도 더욱 커졌다.

후면부는 카마로 SS의 고유 디자인 요소를 더했다. 전용 블랙 보타이, 신규 LED 테일램프, 대구경 듀얼 머플러 등을 적용했다. 우락부락한 차체에 얹힌 앙증맞은 리어 스포일러는 머슬카의 이미지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실내 역시 극적인 변화는 없다. 그 말은 즉 이전 모델과 같이 어딘가 심심하고 투박하다. 외관과 마찬가지로 세부적인 부분에만 손을 댔다. 8인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에 최신 쉐보레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새롭게 넣었다. 디스플레이는 최근 시승한 말리부 부분변경 모델과 마찬가지로 깔끔하고 시인성이 좋다.
 

마냥 터프할 것 같지만 세심한 면도 있다. 먼저 후방 상황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룸미러다. 캐딜락 CT6와 XT5에 이미 적용된 기능이다. 차량 뒤쪽 상황을 후방 카메라를 통해 룸미러로 보여준다. 후방을 넓은 화각으로 보여주지만 사람 눈의 시야각과 괴리가 있어 처음엔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영 어색하다면 기존의 ECM 룸미러로 전환할 수 있다. 이 외에 24가지 색상으로 설정 가능한 앰비언트 라이팅도 있다.

더 뉴 카마로 SS는 연비와 효율을 따지는 요즘 보기 드문 대배기량 차다. 6기통 및 4기통 엔진 모델 등 을 통해 현실에 맞는 타협점을 마련하면서도 여전히 V8 엔진을 지키고 있다. 이번에 국내에 판매되는 모델은 8기통 6.2리터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을 얹고 있다. 이와 함께 새로운 10단 하이드라매틱 자동변속기가 조합을 이뤘다.

시승 코스는 서킷 두 바퀴. 헬멧을 쓰고 시승차에 앉았다. 푹 잠긴 듯한 시트 포지션으로 어떤 차에 올라 탔는지 단 번에 실감할 수 있다. 서킷의 노면은 전 날 내린 눈으로 살짝 젖어 있다. 시승차는 서머타이어를 낀 후륜 구동차다. 상황과 여건을 고려해 드라이빙 모드는 스포츠로 뒀다. 연석이 매우 미끄러우니 절대 밟지 말라는 인스트럭터의 지시와 함께 출발했다.

드라이빙 모드는 투어(Tour), 스포츠 (Sport), 트랙(Track), 스노우/아이스(Snow/Ice)가 있다. 트랙 모드는 스포츠 모드보다 핸들링과 서스펜션 등이 더욱 단단하고 민감해진다. 해당 모드에서 최고출력 453마력, 최대토크 62.9 kg.m의 힘을 다루려면 운전자의 세심한 컨트롤이 필요하다.

역시 머슬카는 직선 주로를 달릴 때 빛을 발한다. 직선로에 들어서 가속 페달을 밟으니 폭발적인 힘으로 돌격한다. 페달을 나눠 밟아가며 속도를 붙이니 10단 변속기와 어우러져 빈틈없이 힘을 발휘한다. 안팎으로 들리는 걸걸한 엔진음은 그 재미를 배가시킨다. 신형 카마로의 제로백은 4초. 초반 발진력을 돕는 라인락(Line Lock) 기능이 포함된 커스텀 론치 콘트롤 시스템을 탑재해 레이싱 머신다운 면모를 갖췄다. 

강력한 힘에 걸맞은 제동 성능을 갖추기 위해 고성능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을 장착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차량의 보이지 않는 곳곳에서 첨단 기술들이 작동하고 있다. 후륜 브레이크의 독립적인 콘트롤을 통해 코너링 제어력을 최적화하는 토크 벡터링 시스템과 더불어 1초당 1000번 이상 노면의 상태를 파악해 댐핑을 조절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은 차체를 보다 정밀하게 제어한다.

달리는 데만 집중한 단순한 차는 아니다. 총 8개의 첨단 에어백을 비롯해 전자제어 주행안전 시스템,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차선변경 경고 시스템, 후측방 경고 시스템, 후방 카메라 및 후방 주자 보조 시스템, 런플랫 타이어를 적용해 안전에 대비했다. 보행자와 충돌하면 후드 부위를 들어 올려 보행자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액티브 후드 시스템도 적용했다.

선택 가능한 외장색은 화려한 원색보다 무채색이 많다. 턱시도 블랙(Tuxedo Black), 플레이밍 레드(Flaming Red), 애쉬 그레이 (Ash Grey), 다크 쉐도우(Dark Shadow Metallic) 등 총 4가지다. 범블비를 상징하던 노란색은 사라졌다. 강렬한 주행 성능 만큼이나 색상도 더욱 화려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차량의 경쟁력으로 ‘가격’이 늘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고출력의 V8 자연흡기 엔진을 탑재한 차량을 5000만원대에 구입하기 쉽지 않다는 것. 물론 연비나 자동차세 등을 생각하면 그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더 뉴 카마로 SS의 가격은 5,428만 원이다. 스콜피온 레드 인테리어가 적용된 볼케이노 레드 에디션은 5,507만 원이다.

이다정 기자 dajeong@autoca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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