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기아차 4세대 쏘렌토 2.2 디젤 6인승...크지만 가볍다

전반적 제원 10mm 가량 늘어나...휠베이스 35mm 확대
실내 공간 활용성 5, 6, 7인승 시트 따라 천차만별
이다일 기자 2020-03-27 15:15:41

[오토캐스트=이다일 기자] 기아자동차의 역작, 회심작, 회심의 역작. SUV 쏘렌토의 4세대 모델을 시승했다. 쏘렌토는 기아차를 어려움에서 구해준 효자다. 역사적으로 그랬다. IMF극복을 위해서도 그리고 사상 최대의 M&A라는 현대차의 기아차 합병에서도 뚜렷하게 기아차의 목소리를 알려준 모델이 바로 쏘렌토다. 2002년 1세대 모델을 출시하면서 보여줬던 매력은 고스란히 4세대로 이어졌다.


이번에도 쏘렌토는 위기에서 등장했다. 전 세계가 코로나 19로 고통 받는 상황에 등장하느라 출시행사도 온라인으로 치렀다. 시승행사 역시 마찬가지다. 여느 때라면 100여대의 시승차를 놓고 대규모 행사장에서 화려한 등장을 했겠지만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에 참여하며 치르느라 기자들은 누구와도 만나지 않는 아주 은밀한 시승을 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둔치 주차장에서 쏘렌토의 키를 건네받았다. 그리고 카메라만 붙이고 바로 출발. 2.2리터 디젤의 최상위 모델인 시그니처 트림이다. 20인치 휠을 달았고 이번부터 새롭게 들어간 8단 습식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를 적용했다. 이외에도 R타입 MDPS라던가 고급형 ISG, IT 기능을 조합한 셀 수 없이 많은 기능에 더해 세태를 반영하듯 공기청정기 기능도 강화했다. 미세먼지를 제거한단다.


실제로는 처음 본다. 기존 쏘렌토는 무엇인가 길쭉한 느낌이었는데 이번에는 다부지다. 강한 선들이 모여 강한 인상을 주는 느낌이다. 전반적으로는 더 커졌다. 길이가 10mm, 폭도 10mm, 높이도 10mm 늘어났는데 실내 공간을 좌우하는 앞, 뒤 축간거리 휠베이스는 35mm 늘어났다. 각각의 앞, 뒷바퀴 좌우간 거리도 늘어났으니 쉽게 말해 모든 부분이 커졌다.


커진 실내는 3열을 강조하는데, 그리고 시트 배열을 새롭게 제공하는데 사용했다. 그간 계륵과 같았던 3열이 조금 넓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목욕탕 의자에 앉은 듯한 자세가 나온다. 어린이들에게 적합하다. 대신 넓어진 실내 공간에 6인승 시트 배열을 추가했다. 운전석과 조수석. 그리고 2열에는 팔걸이를 갖춘 별도의 독립시트 2개를 배치했고 3열에도 2인승 시트를 넣었다. 중간에 공간이 생겨서 부대낄 일이 없는 것이 좋은 점이다. 이미 현대자동차의 맥스크루즈, 펠리세이드에서 보여줬던 구성인데 차 크기를 키우자마자 기아차도 적용했다.

파워트레인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다만 이번에는 2.2 디젤 모델만 시승차로 등장해 아쉬움을 남긴다. 향후 하이브리드 모델과 가솔린 터보 모델이 차례로 등장할 예정이니 다음을 기약해본다. 2.2 디젤 모델은 기존과 같은 3800rpm에서 202마력(ps)을 낸다. 토크도 1750~2750rpm에서 45.0kg.m를 내니 수치상으로는 동일하다.


배기량 표시도 2.2리터로 동일하지만 정확히는 배기량을 더 줄였다. 기존의 R2.2 E-VGT 엔진이 2199cc였는데 이번의 스마트스트림 D2.2엔진은 2151cc다. 48cc. 그러니까 야쿠르트 하나 보다 조금 작은 차이가 난다. 휘파람을 불며 물을 끓이는 주전자가 대략 2리터 조금 넘는데 거기서 야쿠르트 하나 빠진 셈이다. 용량에서 큰 차이는 아니란 이야기지만 기술적으로는 다른 엔진이란 이야기기도 하다.


시승차에는 20인치 휠이 들어갔다. 3세대는 19인치가 최대 사이즈다. 옵션을 가득 넣고 19인치 휠을 넣은 AWD 방식의 3세대 7인승이 1980kg인데 4세대는 6인승을 기준으로 1865kg이다. 무려 115kg을 감량했다. 그 이유가 무척이나 궁금했는데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시승이라 누구에게 물어볼 기회가 없었다. 어쨌건 더 가볍고 큰 신형 쏘렌토를 시승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 둔치 주차장에서 출발해 바로 노들길로 들어갔다. 막히지 않는다. 쏘렌토는 디젤의 카랑카랑한 엔진소리가 조금 부드럽게 다듬어졌다. 정지상태에서 카메라를 거치하면서 느낄 때에는 소음과 진동이 “예전과 다를 바 없네”였는데 달리기 시작하니 “예전과 다르다”로 바뀐다. 정지상태의 소음, 진동과 주행 상태의 소음, 진동이 판이하게 다르다. 속도를 높이자 오히려 더 조용하고 부드러워진다.


80~90km/h를 오르내리며 자유로로 옮겼는데 이제는 3열에서 나오는 노면소음과 바람소리가 살짝 들린다. 이정도야 트렁크까지 한 박스로 있는 SUV에서 감안할 문제다. 오히려 시승 뒤에 옵션표를 보고 이해를 할 수 있었다. 기본인 트렌디 트림에는 전면유리에 차음글래스를 적용했다. 가장 고급 트림인 시그니처로 올라가면 1열 도어에도 차음글래스를 넣어준다. 시승차가 바로 이 시그니처 트림. 앞유리와 1열도어 유리는 차음을 했다. 2열과 3열 그리고 트렁크 공간에서는 바람소리가 뒷통수를 통해 전해지는 이유다. 오히려 앞유리도 차음을 안했으면 공평했을까. 상대적 차이를 느끼지 못했을까. 다른 트림을 타봐야 알 수 있는 일이다.

자유로를 달리며 느낀 승차감은 회사차로 타고 있는 카니발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드럽다. 특히, 좌우 흔들림에 부드러운 것이 인상적이다. 부드럽다고 할 수도 있고 롤이 있다고 말하면 조금 더 있어 보일까. 어쨌건 자유로의 노면을 따라 좌우로 살살 흔들리며 달려간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들리는 엔진과 배기음은 잘 다듬었다. 가장 최근에 탄 기아자동차의 디젤차가 ‘타다’의 카니발이었는데 그 차가 카랑카랑했다면 4세대 스마트스트림의 디젤 쏘렌토는 훨씬 부드럽고 정돈된 소리다. 이런 소리라면 더 크게 들려도 환영이다.


하부소음은 잘 억제하고 있다. 속도를 더 많이 올려도 바람소리가 커지는 것 외에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이른바 짱짱한 차체, 섀시의 발전이 아스팔트에서 바퀴를 타고 휠을 통해 축을 지나 차체를 거쳐 엉덩이와 손과 머리로 전해지는 소음과 진동을 많이 줄였다. 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의 자동차용 강판 사업을 인수하면서 현대차그룹의 물량을 몰아받기 시작한 것이 2013년이고 3세대 쏘렌토는 2014년 말 출시하면서 이른바 ‘초고장력 강판’을 53% 이상 적용해 단단해졌다. 반대로 무게를 줄이는 세계적 추세에 오히려 무거워졌다고 비판을 받았던 시절이기도 하다. 그 시절의 쏘렌토는 무거운 대신 단단해졌다고 한다면 코로나 시절에 태어난 2020년의 4세대 쏘렌토는 단단한데 가벼워졌다. 기존 모델과 비교하면 말이다.

시승의 기점에 도착해 잠시 차에서 내렸다. 외부에서 들여다본 엔진룸은 여유롭고 시원하게 뚫려있다. 엔진 아래로 땅이 보인다. 그 사이로 타이로드와 스티어링 샤프트까지 보인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얹을 공간인데 2.2리터 디젤 엔진이 들어갔으니 여유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차의 특징인 2열 시트에 앉았다. 키 182cm의 기자가 앞좌석을 운전 습관대로 맞추고 2열에 앉으니 주먹 두 개가 들어가고 남는 공간이다. 2열 시트를 가장 뒤로 밀었을 때 이야기다. 3열에 사람이 앉는다면 이 공간 안에서 타협해야 한다. 2열을 접을 수 있는 버튼은 트렁크에 있고 2열 각 시트 옆에도 있다. 어디서건 편하게 접을 수 있다. 3열 시트 위에는 매트가 있어서 잡다한 짐을 실어도 시트 뒷면이 오염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 아래는 두 칸의 공간에 소화기와 조금의 짐을 넣을 수 있게 구성했다.

운전석에서 살펴본 실내는 조금 과하다. 반짝이는 공간이 많다. 송풍구의 디자인은 최초로 위, 아래를 구분해 바람을 보낸다. 눈이 건조한 상황에서 송풍구를 막아버리기엔 최적의 상태다. 왜 이렇게 안 만들었을까 이제야 의문을 갖게 된다. 하이그로시의 과도한 사용은 항상 불만이다. 지문도 남고 먼지가 앉아도 눈에 띈다. 게으른 운전자의 시각이란 단서를 붙여본다. 2열의 문짝에도 있는 컵홀더 역시 왜 이렇게 만들지 않았을까 의문을 갖게 한다. 스마트폰의 무선충전기는 편리하고 납작한 다이얼식 변속기에는 자꾸 필요 없이 손이 간다. 수 십 년 기어노브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바지 주머니 하나가 없어진 느낌이다. 손을 어디다 둬야할까.


운전 자세는 완벽하다. 풋레스트와 가속페달의 각도가 좋다. 또, 왼팔과 오른팔의 각도도 좋다. 스티어링휠이 약간 누워있지만 SUV니까 당연하다. 한 때 폭스바겐의 골프를 타면서 완벽한 운전자세를 만들어준다고 칭찬했는데 쏘렌토는 아주 큰 골프를 탄 느낌이다.

돌아오는 길은 주행모드의 변화를 주었다. 스포트, 에코, 스마트 등등 남들 다 갖고 있는 모드들이다. 그 옆에는 지형 선택 모드가 있는데 이번 시승에는 사용할 곳이 없었다. 사륜구동 역시 마찬가지다. 주행모드를 바꾸면 가장 큰 변화는 계기반이다. 시각적으로 빨간색이 나오면 스포트 모드인가 싶다. 8단 DCT 변속기의 변속 타이밍이 조금 바뀌는 것 같고 스티어링휠의 무게 변화는 잘 모르겠다. 자유로를 달리면서 스티어링휠을 휘저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와인딩 코스를 조금 더 달리고 싶었지만 코로나로 인한 시승여건이...


쏘렌토에게 주행모드에 따른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어울리는 차가 아니다. 넓은 공간에 온 가족이 편하게 타고 어디든 갈 수 있는 차가 쏘렌토다. 기아차는 쏘렌토를 4세대로 이어오면서 차근차근 내공을 쌓고 있다. 지난번에 아쉬웠던 무게, 공간을 한 번에 잡았다. 더 커지고 가볍고 조용한 쏘렌토가 됐다. 편의사양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풀옵션 모델에는 우리가 알고 있던 혹은 뉴스로 접했던, 유튜브로 접했던 모든 기능이 다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쉽다. 예방적 차원의 안전사양은 물론이고 리모컨으로 혼자 주차장에 들어가고 나온다. 내비게이션은 언제나 그렇듯 국내 최고 수준이고 여기에 IOT 기능이 추가되면서 자동차를 넘어서고 있다. 이런 세세한 기능은 더 오래, 내 차로 타봐야 알 수 있기 때문에 잠깐의 시승에서 평가하긴 힘들다.


여담이지만 쏘렌토를 내 차로 만들기로 했다. 사실은 오토캐스트의 업무용 차로 사전계약에 참여했다. 하이브리드 풀옵션 모델을 계약했는데 모두가 알고 있는 그 사태가 터졌다. 게다가 빨리 출고하도록 영업소의 그분께 신신 당부했는데 기아차는 계약 순서를 뒤죽박죽으로 섞어버렸다. 7월에나 나온다는 하이브리드 쏘렌토를 기다리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그때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 현대자동차 싼타페가 나오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잘 만든 차 쏘렌토는 3개월 천하로 끝날 것인가. 싼타페와 우리나라 시장을 늘려갈 것인가. 하이브리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차가 안락하고 부드러우니 잡다한 생각이 몰려든 시승 종반이다.

시승차는 스마트스트림 2.2 디젤의 시그니처 트림으로 3960만원이다. 6인승 시트, 전자식 AWD 시스템, 10.25인치 UVO 내비게이션과 파노라마 선루프가 들어갔다. 외장컬러는 에센스 브라운이다.

auto@autocast.co.kr

    경향신문과 세계일보에서 여행, 자동차, 문화를 취재했다. 한민족의 뿌리를 찾는 '코리안루트를 찾아서'(경향신문),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소개한 '아름다운 한국'(경향신문+네이버) 등을 연재했고 수입차 업계의 명암을 밝힌 기사로 세계일보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2017년에는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캐스트를 창간하고 영상을 위주로 한 뉴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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