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BMW i7 M70, 시대가 바뀌어도 운전의 즐거움은 멈추지 않는다

신승영 기자 2023-11-30 14:55:48
'BMW그룹 내 모든 순수전기차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성능을 자랑한다'

BMW가 뉴 i7 M70 xDrive(이하 i7 M70)를 소개하는 첫 문구다. 올 초 경험했던 뉴 i7 xDrive 60(이하 i7 60)도 기대 이상으로 감탄을 금치 못한 바 있다. 그렇다면 과연 i7 M70은 얼마나 더 좋다는 걸까.

예상과 달리 호텔 앞에서 이뤄진 i7 M70과의 첫 만남은 비행 내내 달아올랐던 마음을 빠르게 가라앉혔다. 멀리서도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물씬 풍기던 존재감과 달리, 가까이 다가갈수록 i7 60 모델과 차별화된 모습을 발견하기 쉽지 않다. 물론, 디퓨저가 달린 전용 리어 에이프런 등 BMW M 전용 디자인 요소가 곳곳에 적용됐지만, 신선하다기보다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앞섰다. M 스포츠 패키지나 인디비쥬얼 옵션 등이 적용된 여타 7시리즈와 비교해 다소 차이는 있어도 극적인 차별화는 느껴지지 않았다.

실내 공간도 M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M 가죽 스티어링 휠, M 드라이버 풋레스트 등 BMW M 전용 사양이 적용됐지만, 감흥이 크지 않다. 앞서 i7 60에서 느꼈던 충격적인 감동이 워낙 컸던 탓에, i7 M70의 달라진 모습들이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못했다.

하지만 차량 뒷좌석에 올라 시어터 모드를 켜면 한껏 높아진 역치를 뚫고 또 다시 감동이 밀려온다. 8K 해상도를 지원하는 31.3인치 파노라믹 시어터 스크린과 35개 스피커로 몰입감을 극대화한 B&W 다이아몬드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 그리고 안락하고 편안한 자세를 만들어주는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시트의 조합은 최근 경험했던 플래그십 세단 중 단연 최고의 쇼퍼-드리븐카라 할 수 있다. 

동승자가 차량을 움직인 이후로도 한동안 멍하니 뒷좌석 창밖을 보며 여운을 만끽했다. 시승 초반, i7 M70은 동승자의 다소 거친 운전에도 거실 쇼파와 같은 편안함을 제공한다. 속도와 방향의 급격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항상 부드럽게 스스로를 제어하며 한 공간 내에서 운전자와 탑승자 간 서로 상반된 반응을 이끌어 냈다.

이번 포르투갈 시승은 리스본 도심에서 세투발 인근 해안가까지 다양한 코스가 골고루 섞여있다. 곧게 뻗은 직선의 고속 구간도 있지만, 좁고 굽이진 해안 및 산악 구간 코스는 다소 험한 편이다.

짧지만 긴 여운을 뒤로 하고 중간 기착지에서 운전자 교대에 나섰다. 5.4m에 가까운 긴 전장과 2.7톤이 넘는 육중한 무게에도 불구하고, 협소한 시골길을 쉽게 빠져나간다. 운전자 시야 확보가 용이한 시트 포지션은 물론, 즉각적이면서도 매끄럽게 반응하는 스티어링 휠과 페달, 그리고 다양한 최신 운전자 보조 시스템 등이 잘 조합되어 있다. 강렬한 외형과 달리 빈틈없이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도심에서 승차감은 쇼퍼-드리븐카치고 살짝 단단하다. 방지턱이나 자갈길을 지날 때, 한 없이 포근했던 2열과 달리 운전석에서는 미세한 노면의 변화가 느껴진다. 더불어 전기차이지만, 조향이나 제동 등 차량 컨트롤에 대한 반응은 내연기관 차량처럼 익숙한 느낌을 전한다. 

고속 구간에서는 M 특유의 가속감을 확인할 수 있다. 659마력의 시스템 최고출력도 놀랍지만, 100kg.m이 넘는 토크(최대 112.2kg.m)가 압권이다. 스포츠 모드에서 M 스포츠 부스트를 켜면, 마치 드레그레이스카처럼 치고 나간다. 헤드레스트에 머리를 바짝 붙인 후 가속 페달을 밟았음에도 순간 멀미가 올라올 정도다. 2.7톤의 무게에도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필요한 시간은 3.7초에 불과하다. 

가속력보다 더 놀라운 점은 견고한 밸런스다. 거대한 덩치로 험난한 산악 와인딩 코스를 요리조리 공략하며 나아가는 것이 마치 NFL 선수가 떠오른다. 인테그랄 액티브 스티어링·액티브 롤 스태빌라이저·액티브 롤 컴포트 등이 포함된 이그제큐티브 드라이브 프로 서스펜션 패키지와 M 전용 서스펜션 기술, 그리고 드라이빙 다이내믹스 시스템 등은 BMW M 특유의 민첩성과 강렬함을 플래그십 세단에서도 안정적으로 고스란히 구현했다. 연속된 코너에서도 흔들림 없이 물리법칙을 다소 벗어난듯한 움직임에 빠져, 어느새 동승자보다 더 거칠게 운전대를 돌렸다.

다만, 놀라운 성능에 반대급부일까.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391km로 다소 짧게 느껴진다.

전기차 시대, 각 브랜드 최상위 플래그십 세단의 방향성은 어떻게 될까. BMW는 시대가 바뀌고 환경이 달라져도 '진정한 운전의 즐거움'은 멈추지 않는다고 자신있게 말하고 있다.

포르투갈=신승영 sy@autocast.kr
    안녕하세요. 신승영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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