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푸조의 대담한 작전, “디젤 계속 만들 것”

이다정 기자 2019-03-22 08:55:45
푸조 CEO 장-필립 임파라토(Jean-Philippe Imparato)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를 맞추느라 많은 자동차 회사들은 골머리를 썩는다. 너도나도 평균 배출량을 계산해 “더이상 디젤차를 팔지 않겠다”, “전기차를 대폭 늘리겠다”고 선언한다. 이런 가운데 푸조의 수장 장-필립 임파라토(Jean-Philippe Imparato)는 자신감이 넘쳤다. 심지어 “디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PSA그룹 푸조의 CEO 장-필립 임파라토가 방한했다. 1991년부터 푸조에 몸 담았던 그는 지난 2016년 9월 푸조 CEO 자리에 오른 후 일 년에 한 번씩 한국을 방문한다. 이번엔 신형 508 출시에 대한 국내 반응을 점검하고 브랜드의 전동화 전략을 알리기 위해 나섰다.

지난 21일 임파라토 CEO를 만났다. 50분 가량 이어진 그룹 인터뷰 내내 그는 강조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마다 눈 앞에 놓인 푸조 상징인 사자 모형을 들었다 놨다하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푸조는 대담한 작전을 세우고 있었다.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작전일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내연기관 특히 디젤을 언급하기 꺼려하는데, 푸조는 그렇지 않았다.

그가 얘기한 푸조의 미래 방향성을 인터뷰 중 언급한 세 문장으로 정리했다.

#Buy_Peugeot_Choose_Powertrain (푸조를 구매하고 파워트레인은 개인이 원하는대로)


임파라토 CEO는 “푸조는 208년이라는 오랜 역사를 지녔다. 그동안 단순히 차만 판매한 게 아니라 브랜드도 포함돼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푸조라는 브랜드를 먼저 선택하고 그 다음 파워트레인을 선택한다. 각자가 원하는 파워트레인을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 만들겠다는 얘기다. 디젤이든 가솔린이든 하이브리드든 순수 전기차든 모두 만들어 놓고 어떤 상황에서든 안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 이를 가리켜 그는 ‘멀티 에너지 플랫폼’ 전략이라고 일컬었다. 어떤 세그먼트의 차량이라도 내연기관 모델과 함께 전동화 모델을 항상 같이 출시한다는 의미다.
푸조 PHEV 라인업

이런 전략을 내세우는 이유는 국가별, 지역별, 도시별로 규제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 현지 시장의 규제나 활용도, 고객의 선호도, 필요도에 따라 파워트레인을 선택할 수 있도록 100%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전세계에서 자동차를 판매하기 위해선 각 지역의 특성에 맞게 선택권을 제공해야 한다.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라인업 역시 시장의 니즈와 활용도를 고려해 제공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푸조가 이 달 제네바모터쇼에서 선보인 신형 208 전기차 모델은 빠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 국내에 출시될 예정이다.

#Efficiency_is_the_New_elegance (효율은 새로운 우아함이다)



미래차의 미덕을 효율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연기관은 살아남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단 그의 말에는 전제가 있다. ‘효율적’이어야 하고 ‘규제를 준수’해야 한다. 여기서 규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기준을 의미한다. 유럽의 평균 배출량 기준은 현재 125g/km. 6개월 후엔 95g/km로 대폭 낮아진다. 이 목표치를 채우려면 배출을 적게하는 차 혹은 배출이 아예 없는 차를 일정 비율 판매해야 한다. 이를 맞추지 못하면 3억 유로에 달하는 벌금을 내야 한다.

그가 내연기관이 계속 유효할 것이라고 믿는 이유는 전세계적으로 전기차로 전환하는 속도나 전환 양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내연기관차의 효율성을 보완하며 거쳐 가야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푸조의 선진적인 디젤 엔진 기술을 강조하며 ‘효율적’인 내연기관 엔진을 수년 내 시장에 선보이고, 결국 디젤도 ‘효율적’인 엔진으로서 살아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에서는 단기적으로 디젤차 판매를 지원한다는 계획도 함께 전했다.
신형 e208

배출 기준을 맞추기 위해 푸조는 내연기관 엔진에 대한 연구 뿐만 아니라 전기차 시대에 대비한 준비도 하고 있다. 그는 “현재 글로벌 움직임을 보면 전기차 인프라가 핵심 이슈”라며 “흥미로운 사실은 도시보다 시골이나 외곽 등의 전기차 구매율이 높다. 이렇기 때문에 지금 당장의 과제는 도심의 중심부에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푸조는 프랑스 내에서 현재 B2B 고객사를 대상으로 EV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해당 회사 건물에서 충전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식이다. 또 하나는 패키지 제공이다. 구매자들이 자택에서도 쉽게 충전할 수 있도록 한다. 또 공공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향후 6개월 안에 9만 5000개까지 충전소를 늘릴 계획이다.

그는 “우리의 모든 차는 규제 기준을 완벽하게 준수 할 것”이라며 “단 1유로의 벌금도 지불하고 싶지 않다”고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Sedan_is_Back (세단의 귀환)

신형 508

전세계적으로 식지 않는 SUV 열풍 속 푸조 신형 508을 통해 세단의 귀환을 이끌었다고 자평했다. 신형 508은 2019 유럽 올해의 차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프랑스에서는 508 출시 후 4개월이 흐른 현재 폭스바겐 파사트, 르노 탈리스만 등을 제치고 D세그먼트 세단의 선두주자로 자리 잡았다.

그가 말하는 푸조 508의 핵심 메시지는 ‘즐겨라(Enjoy)’다. 운전자가 즐길 수 있는 모든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푸조는 ‘직관적인 주행의 즐거움’을 지속적으로 소구하고 있다. 이는 주행감, 핸들링 등을 말한다. 508은 이러한 점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508의 타깃층은 선별적이고 차별화됐다. 푸조 508에 판매 부담을 지우고 싶지는 않다. 대신 푸조 508을 한번 경험해 보면 반드시 구매하고 싶어질 것이다.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시승을 할 수 있는 타깃을 찾으려 한다. 계속해서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주행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차량으로 기억되고 싶다”며 “푸조 508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다정 기자 dajeong@autoca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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