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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마세라티다움’ 지켜낸 SUV 르반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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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캐스트=이다정 기자] 마세라티가 만든 SUV ‘르반떼’를 시승했다. 강원도 강릉시에서 서울까지 구불거리는 해안도로와 고속도로를 달렸다. 르반떼 곳곳에는 마세라티의 헤리티지인 레이싱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감각에 의지해 가늠하기 충분했다. 세월이 흐르고 형태도 바뀌었지만, 마세라티는 ‘마세라티다움’을 생생히 지키고 있다.

출발을 위해 운전석에 앉았다. 시동을 걸기 위해 들어 올린 오른손이 갈 길을 잃었다. 시동 버튼이 일반적인 차와 정반대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마세라티는 전 모델의 시동 버튼을 왼쪽에 둔다. 레이싱카의 흔적이다. SUV인 ‘르반떼’라고 다르지 않다. 

왼쪽 시동 버튼의 유래는 자동차 경주에서 왔다. 과거 ‘르망 24시’ 레이스에서는 출발 신호와 동시에 운전자가 차까지 달려간 뒤 시동을 거는 것까지 경주의 일부였다. 이 때 왼손으로는 시동을, 오른손으로는 기어레버를 조작해 조금이라도 빨리 출발해야했다.

시동을 걸었다. 곧 엔진음이 낮게 깔리며 감각을 깨웠다. 달릴 준비를 마쳤다는 신호다. 달리기를 마치고 시동을 끌 때까지 엔진음은 계속된다. 기블리부터 콰트로포르테까지 마세라티의 모든 차는 시동을 걸자마자 둥둥둥 엔진음으로 실내를 꽉 채운다. 

마세라티 차는 감각에 충실하다. 르반떼도 마찬가지다. 청각, 촉각, 시각 모두 생생하다. 특히 마세라티의 소리는 독보적이다. ‘마세라티는 배기음’이라는 공식은 여전히 유효했다. 스포츠 모드 버튼을 누르면 배기 밸브가 열리면서 배기 가스를 최단 거리로 배출하며 엔진음은 더욱 깊고 웅장해진다. 엔진음이 턱까지 차오른다는 표현이 절로 나왔다. 

마세라티의 배기음은 여느 차와 어딘가 다르다. 흥분과 안정을 동시에 주는 묘한 힘이 있다. 섬세하면서도 묵직하다. 그도 그럴 것이 마세라티는 배기음을 ‘작곡’한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각별히 공을 들인다. 본사에 ‘엔진사운드 디자인 엔지니어’와 함께 튜닝 전문가, 피아니스트, 작곡가를 자문위원으로 초빙해 악보를 그려가면서 배기음을 조율한다.

엔진음에서 끝이 아니다. 오디오 음질 또한 인상적이다. 연신 둥둥 거리는 소리와 진동은 오디오를 제대로 느끼기에 열악한 조건이다. 그럼에도 하만카돈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소리는 훌륭하다. 볼륨을 높이면 엔진음은 음소거되는 듯하다. 깨끗하고 풍부하며 생기 있는 오디오만이 귓가를 울린다. 르반떼 S 모델은 바우어스&윌킨스 스피커를 옵션으로 선택할 경우 더욱 품질 높은 오디오를 느낄 수 있다. 

청각 뿐 아니라 촉각도 만족시킨다. 운전대와 시트, 대시보드에 쓰인 가죽은 매끄러우면서 부드럽다. 굴곡이 져서 마감이 어려운 부분도 섬세한 손바느질로 말끔하게 처리했다. 실내에 사용되는 가죽은 이탈리안 가죽 브랜드 ‘폴트로나 프라우(Poltrona Frau)’의 것. 엄격한 테스트를 통과한 가죽 마감재만이 이 차에 쓰인다. 

다만 운전자의 눈에서 멀어지거나 손이 닿지 않는 곳일수록 아쉬운 부분이 가득하다. 모니터 주변에 모여 있는 가벼운 플라스틱 소재의 모든 버튼과 다이얼이 그렇다. 이는 르반떼 뿐만 아니라 기블리나 콰트로포르테 등 마세라티의 모든 차에 해당된다. 힘을 준 곳이 확실한데 뺀 곳도 확실하다.

주행을 시작하면 마세라티의 세단 모델인 기블리나 콰트로포르테보단 날렵함이나 가속 능력이 처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르반떼 자체만 놓고 보면 움직임이 날쌔고 안정적이다. 특히 껑충하게 높은 SUV의 구조를 생각하면 그렇다.

마세라티는 100년이 넘는 시간에 SUV를 한 번도 만든 적이 없다. 확실히 스포츠 세단에 능한 브랜드다. 그렇기에 SUV를 만들면서 본질을 잃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SUV이지만 마세라티 세단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했다. 특히 스포츠 기능에 중점을 뒀다. 

기본적으로 낮은 시트포지션에서 성향이 드러난다. 조절 범위가 커서 키가 작은 운전자라도 충분히 안정적인 운전 자세는 만들 수 있다. 시트를 높이더라도 운전을 시작하면 그르렁거리는 배기음과 함께 안정적이면서 민첩한 움직임을 보인다. 차량 전후 무게를 50:50으로 나눠 무게 중심을 낮춘 것도 한 몫한다. 
특히 스포츠모드와 노멀모드간 차이가 크다. 이름 뿐인 스포츠모드가 아니다. 스포츠모드를 선택하자마자 차는 달려나갈 채비를 마친다. 노멀모드에서 느꼈던 느긋함은 사라진다. 

기어 단수를 떨어뜨리며 엔진회전수는 1000rpm 가량 증가하고 높은 출력을 낼 준비를 한다. 르반떼는 1600rpm에서 51.0kg.m 최대토크를 발휘하는데 이 구간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가속페달의 반응은 빨라지고 운전대도 묵직해진다. 둥둥거리는 배기음은 더욱 웅장하고 거칠어진다.

코너도 민첩하고 안정적으로 통과한다. 르반떼의 토크 벡터링 기능은 코너를 선회하는 동안 안쪽 바퀴 2개에 제동력을 살짝 더하고, 바깥쪽 바퀴 2개에 더 많은 토크를 분배한다.

르반떼는 거칠다. 대개의 차는 극한에 치닫기 전 일찍이 전자장비를 개입시켜 차를 컨트롤한다. 르반떼는 극한까지 최대한 몰아붙인다. 이 차는 전자장비의 개입 시점을 최대한 늦춘다는 느낌이다. 운전의 재미를 위한 요소일 수 있겠다.

여기에 SUV답게 오프로드 퍼포먼스, 주행의 편안함과 실용성을 발휘하도록 손을 봤다. 2.2톤에 달하는 무거운 몸집을 지녔지만 노면이 울퉁불퉁할 때나 저속 주행 또는 주차 시에도 핸들 조작은 버겁지 않다. 

기본으로 사륜구동 시스템도 들어갔다. 낮은 로드 그립에서도 마세라티의 전형적인 후륜 주행이 가능하다. 급코너링, 급가속, 날씨와 도로 상황에 따라 15분의 1초 만에 전륜/후륜을 0:100%에서 50:50%로 바꾼다.
 
뒷좌석은 3명이 앉기에 넉넉하다. SUV답게 넉넉한 적재공간도 갖췄다. 580L의 적재 공간은 부피가 큰 짐을 보관하는 데 무리가 없다. 

외모와 곳곳의 디자인 요소도 달리기에 어울린다. ‘알피에리 컨셉트카’에서 영감을 받은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과 고양이 눈매를 닮은 헤드라이트는 삼지창 로고와 함께 강렬한 인상을 완성한다. 여기에 마세라티의 특유의 C필러와 프레임리스 도어가 더해져 만든 옆모습은 쿠페 실루엣으로 완성했다. 앞모습과 비교해 후면부 디자인은 지극히 평범하다. 강렬한 앞모습에 비해 힘을 잃는 듯하다. 

마세라티의 존재감은 삼지창 엠블럼으로 증명한다. 라디에이터 그릴 중간, C필러 뿐만 아니라 실내의 운전대, 시계, 뒷좌석 헤드레스트까지 곳곳에 쓰인다. 차량 한 대에 엠블럼을 이렇게까지 많이 활용하는 브랜드는 마세라티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다른 마세라티 모델과 비교해 안전 사양은 풍부한 편이다. 스톱앤고(Stop and Go)기능이 탑재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전방 충돌 경고 시스템, 향상된 제동 보조 시스템, 차선 이탈 경보 장치 및 서라운드 뷰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차선 이탈 방지 어시스트, 액티브 사각지대 어시스트 등보다 향상된 ADAS 패키지는 이번 르반떼모델에서 옵션으로 넣을 수 있다.

많은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SUV 만들기에 몰두해 있다. 내놓으면 잘 팔리기 때문에 모든 브랜드들이 눈독들이는 매력적인 라인업이다. 하지만 헤리티지나 브랜드 정체성이 뚜렷한 브랜드일수록 망설인다. 또 이 과정에서 많은 부분을 타협하고 감수하기도 한다. 지난 2016년 르반떼를 통해 후발로 럭셔리 SUV 시장 진출을 발표한 마세라티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매력적인 SUV를 만들어냈다.

dajeong@autoca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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