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산중' 전기차 충전…회원가입·카드발급, 제발 이제 그만! <1>

신승영 기자 2023-08-08 17:02:15
- 전기차 충전사업자 100여곳 이상
- 충전 브랜드마다 앱 설치·회원가입 요구
- 비회원 요금, 최대 4배 이상 비싸


국내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가 40만대를 돌파했습니다. 하지만 전기차 충전에 대한 불편함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데요. 기본적인 충전 인프라 부족을 비롯해 충전 사업자 난립과 주먹구구식 관리 등으로 전기차 이용자의 부담만 늘고 있습니다. 

최근 휴가철을 맞아 장거리 운행을 떠난 이들은 충전소마다 제각각인 요금제 및 결제방식에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새로운 충전 브랜드를 접할 때마다 복잡한 신규 회원가입 과정을 거치고, 또 그렇게 늘어난 애플리케이션과 충전카드만 십여 개가 넘는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충전 사업자는 2020년 정부의 공용 충전 사업 전면 개방과 함께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에 등록된 공공 및 민간 충전사업자는 올 상반기 기준 무려 101곳에 달하는데요. 다양한 사업자가 각기 다른 요금제와 결제방식, 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이용자 혼란만 가중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여행이나 출장 중 낯선 지역에서 새로운 충전소를 방문하면, 상당히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스마트폰에 충전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ID 생성과 차량 정보 입력 등 회원가입 절차를 진행하는데요. 더불어 개인 정보 인증과 결제 수단 등록까지 마친 후에야 비로소 충전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최근 설치된 상당수 충전기가 애플리케이션 내 결제 기능을 지원하지만, 사전에 발급받은 현물 충전카드가 반드시 필요하거나 별도 추가 정보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어 낯선 지역에서 곤란을 겪은 사례도 부지기수입니다.

이뿐 아니라 여러 종류의 충전기가 한 장소에 나란히 설치되어 사용자 불편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서울 성북구 한 아파트 단지 내 지하 주차장은 구역마다 설치된 충전기가 제각각이라 골치라는 하소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같은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몇몇 사업체들은 다른 충전 브랜드도 이용할 수 있는 결제 서비스 기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일부 충전 사업자 간의 결제 정보를 주고 받는 로밍 방식일 뿐, 2~4배에 달하는 값비싼 비회원 요금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보다 저렴한 요금으로 충전하기 위해서는 신규 회원가입 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입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전기차 이용자의 충전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모든 충전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앱 카드 지갑을 연내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다만, "회원 서비스 통합이 아닌 로밍 방식으로 상호 이용이 가능할 것"이라며, "회원 및 비회원 간 요금 차이에 대해서는 충전 사업자들과의 세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요금 산정 기준을 권고할 수 있지만, 각 사업자에게 (단일 요금제를) 강제할 수는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전기차 이용자들은 회원 및 비회원 간 요금 차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못한다면, 환경부의 통합 앱 카드 지갑 역시 무용지물일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금융권의 오픈뱅킹처럼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에서 모든 충전 사업자의 서비스와 결제 방식을 이용할 수 있는 통합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하는데요.


전기차 충전 업계 관계자들은 "기존 충전 사업자는 물론, 보조금을 노린 영세 업체부터 미래 먹거리를 내세운 대기업까지 다양한 플레이어가 난립하고 있기 때문에 완전한 합의나 통합은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테슬라 슈퍼차저가 최근 북미 충전 표준으로 떠오름에 따라 국내 전기차 충전 시장도 '선택의 시기'가 올 것이며, 몇몇 대기업을 중심으로 시장 재편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신승영 기자 sy@autoca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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