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모토마치, 토요타 현재와 미래를 담다!

신승영 기자 2024-06-01 17:56:21

토요타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1123만대를 판매하며, 4년 연속 1위 자리에 올랐다. 수익성 부문에서도 5.3조 엔(한화 약 47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올해 1분기 시가총액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기차 시대를 따라가지 못한다', '혁신이 없다' 등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글로벌 1위 자리를 지키는 토요타를 알아보기 위해 일본의 생산 현장을 방문했다.

전 세계 곳곳에 생산 네트워크를 갖춘 토요타는 만드는 제품에 따라 공장별 특성이 확연히 드러난다. 이번에 살펴볼 곳은 아이치현에 위치한 모토마치 공장이다. 

과거 방문했던 큐슈 내 후쿠오카현 미야타 공장은 렉서스 라인업이 중심인 만큼, 제조 품질에 대한 정성과 노하우가 상당했다. J.D.파워 공장 품질 조사에서 꾸준히 상위권에 올랐고, '타쿠미'라 불리는 기술장인들은 '메이드 인 재팬'을 넘어 '메이드 인 큐슈'란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또한, 아이치현 츠츠미 공장은 하이브리드 제품군을 중심으로, 환경을 위한 다양한 노력과 새로운 시도가 돋보였다. '친환경차는 친환경 공장에서 만든다'는 이념 아래, 십수년 전부터 태양광 발전을 도입하고 공기 정화 기능이 있는 광촉매 도료를 사용하는 등 오래 전부터 생산 공정과 주변 환경에 탄소중립 활동을 전개해왔다.

이번 모토마치 공장은 1959년 설립된 아시아 최초 승용차 전용 공장으로, 수십년간 증설 및 확장을 이어왔다. 건물은 촘촘하게 배치되어 있지만, 끊임없는 개선과 지속된 투자를 반영하듯 최신 설비와 깔끔한 환경이 돋보인다.

모토마치 공장은 토요타의 생산 경영 방침인 'TPS(Toyota Production System)'와 차세대 미래 전략 '멀티 패스웨이(Multi Pathway)'를 가장 잘 구현한 장소다.

멀티 패스웨이는 하이브리드부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수소엔진차, 그리고 탄소중립연료차량 등 6가지 제품군을 바탕으로, 각 지역별 에너지 수급 상황과 시장 분위기에 따라 고객들에게 보다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미래 모빌리티 영역에서 가능한 모든 선택지에 대응하는 동시에, 전 세계 모든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반영하듯 제1조립공장에선 무려 9개 차종이 함께 생산되고 있다. 조립 라인을 따라가면, 해치백, 세단, 미니밴, SUV 등 차종부터 일반 내연기관, 하이브리드카,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 파워트레인과 플랫폼도 제각각이다. 생산라인에서 일정 시간마다 간격을 두고 차종을 교체하는 롯트형 혼류 생산이 아니라 실시간 주문을 반영한 진정한 혼류 생산이다.

제1조립공장은 9개 차종의 혼류 생산이 이뤄지기 때문에 각 차종마다 필요한 부품을 분류하고 공정별로 패키징하는 인력이 더 전문성을 갖췄다. 오히려 조립 라인에서 근무하는 인력은 작업지시서가 포함된 테블릿PC 안내에 따라 별다른 고민 없이 그대로 작업을 진행한다.

다품종 소량 생산 혹은 맞춤형 대량 생산과는 다른 '맞춤형 적시 생산(變種變量)'이다. 이는 TPS의 핵심 중 하나인 'JIT(Just in Time)'과 일맥상통한다. JIT는 원자재 및 부품 재고를 최소화하여 물류 및 보관 비용을 줄이고, 최종 완성품도 팔리는 것만 만들어 전체 이윤을 극대화한다. 진정한 혼류 생산을 통해 완성차 재고를 최소화하고 판매촉진과 인센티브 비용도 줄일 수 있다.

JIT가 유형의 재고를 최소화한다면, TPS의 린 생산(Lean Manufacturing)은 제작 과정에서 불필요한 공정과 작업자의 수, 개인의 움직임까지 무형의 낭비 요소를 철저히 제거하고 개선한다. 실제로 라인 위 작업자들은 로봇처럼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업무 강도에서 다른 완성차 공장과 확연히 차이를 보인다. 

작업자 입장에서 본다면 매번 차량이 바뀌기 때문에 조립 품질과 속도를 높이기가 쉽지 않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TPS의 또 다른 핵심인 '자동화(Jidoka)'다. 기계나 로봇을 이용한 자동화(自動化, Automation)가 아니라 '인간과 기계가 함께 하는 자동화'란 의미에서 사람인변(亻)을 붙여 자동화(自働化, Autonomation)라 부른다. 

이 자동화의 대표적인 예가 '안돈 코드(Andon Cord)'다. 모든 작업자가 각자 2개의 알림 버튼을 갖고, 생산 과정에서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든 누구나 즉시 버튼을 누를 수 있다. 문제에 따라 스스로 해결하는 단계부터 팀 리더를 호출하는 단계, 작업 라인을 전면 중지하는 단계까지 나뉜다. 안돈 코드는 '작은 문제도 현장에서 즉각 해결하려고 함으로써 모든 직원에게 품질에 대한 강한 책임감을 심어줬다'고 평가받는다.

단, 무조건 생산성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기계가 아닌 사람이 투입되는 공정에서 사용되는 부품은 일정한 규격과 무게로 나눠져 있다. 전반적인 부품을 패키지 및 통합 모듈화하는 추세와 상반된 행보다. 이는 생산 라인의 유연성을 부과하는 것과 동시에 몇몇 불필요해 보이는 공정이 더 추가되더라도 개별 부품의 무게와 부피를 줄여 작업자 피로도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더불어 끊임없는 피드백과 개선을 통해 라인별 작업대와 발판, 개별 장비 등 모두 작업자에게 개인 맞춤화한 것도 눈에 띈다.

더불어 '모노즈쿠리(monozukuri)'에 기반한 숙련공 육성 방식도 돋보인다. 계약직의 단순 조립 근로자도 한 달 이상 초급 교육 과정을 거치고, 생산 라인에 투입된 이후 일정 기간 팀 리더와 함께 작업을 이어간다. 이후 팀 리더와 그룹 리더의 최종 승인이 떨어져야 홀로 조립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토요타에서도 TPS를 가장 잘 구현한 모토마치 공장은 한 달 단위로 조립 라인 속도와 투입 인력 등 시간당 생산대수(UPH)를 조정했다. 렉서스 LC를 만드는 제2조립공장의 경우 올해 생산라인 이동 시간(6m 기준)을 1월 26분에서 5월 57분까지 늘리고 팀과 인력을 재배치했다. 

토요타 공장은 매번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놀라움을 전한다. 다만, 생산 근로자 중 절반이 계약직 혹은 파견직이다. 일본은 장기 불황을 겪은 후 노동 시장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파견 규제 등이 대폭 완화됐다. 이는 우리나라나 유럽의 생산 현장과 직접적인 비교가 불가능한 이유 중 하나다.

신승영 sy@autoca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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