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오토쇼] 3800만원 中 전기차에 이런 사양까지...천지개벽 이유는?

신세대 개발자, 디자이너 중심 中 전기차 회사
IT회사와 유사한 구조로 생성, 성장...세대 구분나서
이다일 기자 2019-04-19 16:10:16
중국 자동차가 바뀌었다. 전동화는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가장 큰 화두다. 두 가지 핫이슈가 결합해서 엄청난 상품성을 가졌다. 올해 상하이오토쇼에서 중국 현지 브랜드를 둘러본 소감이다. 중국 자동차는 과거의 그것이 아니다.
NIO가 작년 12월 출시한 중형 SUV ES6
16일 언론공개를 시작으로 개막한 상하이오토쇼는 젊은 자동차 브랜드의 약진이 가장 인상적이다. 중국의 테슬라라고 불리는 NIO부터 중동의 자본을 바탕으로 중국 브랜드로 탄생한 아이코닉 등 이른바 신세대 중국 자동차 브랜드가 주인공이다.
 
기존의 중국 자동차를 1세대라고 규정한다면 좋지 않은 이미지들이 가득했다. 1세대 중국 자체 브랜드는 해외 유명 자동차 회사의 디자인을 그대로 베끼거나 글로벌 자동차 디자인과 동떨어진 분위기로 주목받지 못했다. 여기에 조악한 품질까지 겹치면서 세계 시장에서 통하기 힘든 차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는 중국 시장에서 강점인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중점으로 설명했다.
상하이오토쇼에 등장한 자동차는 이른바 2세대로 규정하고싶다. 중국의 자동차 브랜드가 합종연횡을 한 뒤에 탄생한 새로운 브랜드가 주축을 이룬다. 앞서 이야기한 NIO, 아이코닉, Xpeng과 같은 회사들인데  중국자동차 특유의 저렴한 가격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동차와 비슷한 품질을 가졌거나 처음 보는 기술을 추가하기도 했다.
중국의 2세대 자동차 회사들이 색깔을 확 바꿀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전동화다. 자동차에서 개발이 가장 까다롭고 돈이 많이 들어가며 시간이 오래걸리는 엔진과 변속기의 개발에서 새로운 회사들은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배터리와 모터로 구성된 단순한 전기차의 파워트레인은 짧은 기간에 개발할 수 있으며 배치, 구성 역시 자유도가 높아 하나의 플랫폼으로 구현할 수 있는 차종이 여러가지로 늘어난다. 
NIO의 ES6 파워트레인 설명, 세계 전기차에서 주로 사용하는 2개의 모터를 활용한 AWD를 구현했다.
그래서 가장 큰 약점인 파워트레인 개발을 해결하니 나머지는 곧바로 상품성 개선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20~30대 엔지니어들을 주축으로 하는 젊은 자동차 회사의 등장이 활기찬 개발 환경으로 이어져 상품성 개선까지 이르렀다.
 
모터쇼 현장의 아이코닉 부스에서 만난 회사 관계자는 “우리 차는 대부분 20~30대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만들었다”라고 소개했다. 기존의 관점에서 볼 수 없는 코치도어의 SUV가 탄생한 것도 이들의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것.
아이코닉의 7인승 SUV 콘셉트카
Xpeng의 부스에는 더 독특한 장치가 있다. 차량 천정에 마치 잠수함의 잠망경처럼 카메라를 달았다. 실내의 대형 터치스크린으로 조작할 수 있는 카메라는 360도 회전하며 주변을 보여준다. 또, 한번에 사방의 모습을 보여주는 기능도 담겼고 이를 녹화할 수 있다. 마치 우리나라의 쏘나타가 사방에 붙은 카메라로 촬영하는 기능까지 구현한 것과 비슷하지만 화질이 일반 디지털카메라에 견줄 정도로 뛰어나다.
 
이 회사는 23개의 센서를 넣은 XPILOT 2.5 자율운전 보조 시스템을 통해 일반적인 주행은 물론 주차까지 도와준다고 설명한다. 이외에도 X-mart OS라고 부르는 자체적인 운영체계를 만들어서 인포테인먼트는 물론 차량의 진단부터 자율주행 기능의 구현까지도 이뤄냈다.
NIO의 ES6에 들어간 안전사양. 총 20종의 사양을 3800만원짜리 차에 넣었다.
이들 2세대 자동차 회사의 특징은 글로벌 기업의 기본기를 충분히 갖췄다는 것. 회사의 시작도 IT 업계에서 주로 사용하는 스타트업의 펀딩 방식을 사용한다. 중국의 창업자가 글로벌 투자자와 손을 잡고 여기에 IT기업을 포함한 유명 대기업의 지분투자가 이어진다. 미국은 물론 중동, 유럽에서 투자가 이어지며 시작부터 중국 내수용 차를 만드는 '우물안의 개구리'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또, 과감하게 자동차 선진국의 인력을 수용했다. NIO는 미국과 유럽의 개발인력을 흡수하기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의 산호세에 소프트웨어 연구소를 설립해 520명이 일하고 있다. 또, 상하이에는 글로벌 헤드쿼터를 두고 연구개발, 제조운영, 판매, 마케팅 등의 업무를 수행하며 독일 뮌헨에는 디자인 헤드쿼터를 두고 약 100명을 고용했다. 심지어 영국 런던에는 전기차를 사용하는 포뮬러 대회 포뮬러E에 대응하기 위한 헤드쿼터를 두고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포뮬러E는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들이 자신의 기술력을 뽐내기 위해 출전하는 경기이자 전기차 가운데 가장 빠른 차가 등장하는 곳이다.
NIO의 글로벌 네트워크 / 사진= NIO웹사이트
중국의 2세대 자동차 회사들의 현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의 신차가 자랑하는 안전사양의 탑재는 이미 일반적인 상황이다. NIO가 작년 12월 공개한 신차 ES6에는 총 20종의 안전사양이 탑재됐는데 우리가 들어본 어지간한 안전사양은 모두 들어간 셈이다.
Bordrin의 전기차 콘셉트 IV7, 내년 출시 예정이다.
중국 자동차의 발전을 거꾸로 생각해보면 이처럼 상품성이 뛰어난 자동차의 등장은 예고된 결과다.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가장 큰 경쟁력이던 엔진과 변속기가 사라졌고 그 자리를 상대적으로 단순한 모터와 배터리가 채웠다. 중국 차의 가장 큰 약점이 사라진 것. 여기에 젊은 중국 인재들과 해외의 글로벌 인재를 영입해 디자인을 개선했다. 그리고 이제는 공통의 상품처럼 구입해서 장착할 수 있는 안전사양들을 글로벌 회사에서 구입하거나 비슷한 것을 개발한다. 예를 들어 전 세계 자동차 회사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센서회사 모빌아이의 제품을 NIO 역시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약점은 줄어들고 강점을 살린데다 중국이라는 강력한 시장의 지원까지 받아 상품성이 뛰어난 자동차를 만들어낸 것. NIO가 출시한 중형 SUV ES6는 우리나라 돈으로 약 3800만원 정도다. 비슷한 크기의 유럽이나 미국의 전기차에 비해 절반 정도의 가격이며 비슷한 가격의 우리나라 전기차에 비해 상상할 수 없는 뛰어난 옵션이 장점이다.
중국의 전기차 회사 Bordrin
이렇게 강한 상품성을 갖췄지만 한 가지 문제는 남아있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중국의 자동차 제조사들이 벌일 경쟁이다. 중국의 작년 전기차 시장은 약 130만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전기차 시장이다. 올해 예상은 약 200만대로 성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생산량은 각 제조사 주장을 종합하면 1000만대에 이른다. 공급이 너무 많은 상황이 예상된다. 결국 스스로 경쟁하거나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상하이=오토캐스트 이다일 기자 auto@autocast.co.kr
 
 
 
    경향신문과 세계일보에서 여행, 자동차, 문화를 취재했다. 한민족의 뿌리를 찾는 '코리안루트를 찾아서'(경향신문),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소개한 '아름다운 한국'(경향신문+네이버) 등을 연재했고 수입차 업계의 명암을 밝힌 기사로 세계일보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2017년에는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캐스트를 창간하고 영상을 위주로 한 뉴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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