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산중' 전기차 충전…보조금, 어떻게 바꿔야 할까? <2>

신승영 기자 2023-08-16 17:33:56
연관기사 : '첩첩산중' 전기차 충전…회원가입·카드발급, 제발 이제 그만! <1>

- 턱없이 부족한 급속 충전기와 접근성 떨어지는 완속 충전기
- 보조금 타기에 급급한 충전 사업자, 설치 후 관리 뒷전

국내 전기차 충전 사업자는 2020년 정부의 공용 충전 사업 전면 개방과 함께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에 등록된 공공 및 민간 충전 사업자는 올 상반기 기준 무려 101곳에 달하는데요. 충전 사업자와 더불어 충전기 숫자 역시 가파르게 증가했습니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2만7000여개에 불과했던 전기차 공용 충전기는 2022년 말 기준 20만5000여개까지 늘어납니다. 올 상반기 기준 국내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40만여대. 공용 충전기 1개당 전기차 대수는 1.9대로, 해당 수치만 본다면 국내 전기차 충전 환경은 충분히 여유롭습니다.

하지만 전기차를 타는 대다수 이용자가 충전 인프라 부족을 토로합니다. 충전 사업자가 늘고 충전기 숫자도 급증했지만, 정작 이를 이용하는 사용자 편의는 전혀 개선되지 않은 모양새입니다.

우선 전기차 이용자 상당수가 급속 충전기 부족을 꼽습니다. 실제로 20만5000여개의 공용 충전기 중 급속 충전기는 2만여개에 불과합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허영 의원실(더불어민주당)에서 밝힌 '전기차 보급 대수와 급속·완속 충전기 보급 현황'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급속 충전기 1개당 전기차 대수는 18.6대로, 경기연구원에서 분석한 적정 대수 10대를 크게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기차 판매 대수와 신차 배터리 용량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급속 충전기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입니다. 

상대적으로 완속 충전기는 접근성이 크게 부족하고, 사용 및 편의성도 떨어집니다. 수요와 공급에 대한 정확한 분석 없이 여기저기 설치되어 운영 효율성이 크게 부족합니다. 게다가 다양한 사업자가 각기 다른 요금제와 결제방식, 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이용자 혼란만 가중되고 있습니다.

- 연관기사 : '첩첩산중' 전기차 충전…회원가입·카드발급, 제발 이제 그만!

한국전력거래소와 한국환경공단 자료에 따르면, 공용 충전기 설치 거점은 시·군·구·주민센터와 공원, 학교, 회관 등 공공기관 및 공공시설이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상업시설, 주거 및 주차시설, 휴게시설 순으로 마련됐는데요. 반면, 충전기 이용 횟수와 시간은 고속도로 휴게소를 포함한 휴게시설이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특히, 휴게시설의 이용 횟수는 공공시설과 상업시설보다 2.5배에 달했는데요. 기타 여러 기관에서도 국내 공용 충전기의 수요·공급 불균형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턱없이 부족한 급속 충전기와 접근성이 떨어지고 사용하기 불편한 완속 충전기 모두 보조금에서 문제가 시작됩니다.

급속 충전기는 완속 충전기보다 10배 이상 가격이 비쌉니다. 여기에 전기 공사 등 설치 비용도 몇 배에 달하는데요. 그러다 보니 급속 충전기는 100kW급 2채널의 경우 5000만원 내외, 350kW급 초급속 충전기는 1억원 이상 소요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환경부 급속 충전기 보조금은 설치 비용의 50% 이내에 불과합니다(100kW 2000만원, 350kW 이상 7500만원). 충전 사업자가 대거 늘어나고 지자체별 추가 지원금도 있지만, 급속 충전기에 대한 투자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급속 충전 기술의 발전과 변화도 매우 급격한데요. 기존 50kW급 급속 충전기가 어느새 도태되고, 350kW급 초급속 충전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풍부한 자본과 기술력을 갖춘 일부 대기업 혹은 선두 주자만 급속 충전기 시장에 나서고 있습니다.

반면, 완속 충전기는 기계값은 물론, 전기 공사 등 기타 비용도 저렴한데요. 충전기 설치비와 한전불입금 등을 제하더라도 보조금 일부를 남길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우후죽순 생겨난 충전 사업자들은 수요·공급에 대한 조사나 운영 효율에 대한 고민 없이 보조금을 받기 위해 마구잡이로 완속 충전기를 설치합니다. 그로 인해 불량 기계 설치와 부실 공사, 편법 영업 등 문제가 발생했고, 심지어 정상 작동되는 충전기를 철거한 후 신규 충전기를 설치하는 사례도 적발됐습니다. 충전 서비스보다 보조금 수급에만 몰두한 사업자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고장난 채 방치된 충전기도 빠르게 늘어나는 현황입니다.

충전 업계 관계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신규 법인을 설립하거나 지분 투자로 계열사를 늘리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다"라며 "충전 서비스에 집중하는 것보다 보조금 선점을 위해 덩치 불리기에 급급하다"고 지적합니다.

환경부는 한때 1기당 600만원까지 지원하던 7kW급 완속 충전기 보조금을 2021년 200만원에 이어 올해 140만원까지 낮췄고, 11kW급 완속 충전기 보조금도 지난해 300만원에서 올해 160만원으로 떨어트렸는데요. 그럼에도 여전히 비판이 끊이질 않자 오는 2025년부터 급속 충전기를 중심으로 한 충전 보조금 체계 개편을 추진합니다.

이에 충전 업계 관계자들은 "그간 충전기 숫자만 늘리는 데 급급했던 환경부가 감시·감독에 소홀했던 책임을 모두 (충전) 사업자에게 떠넘기려는 것 같다"라며 "감시·감독 없이 보조금 체계를 개편하는 것만으로는 충전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신승영 sy@autocast.kr
    안녕하세요. 신승영 입니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