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CR-V 하이브리드 시승기

이다정 기자 2021-02-09 19:04:10
[오토캐스트=이다정 기자] 혼다의 CR-V 하이브리드를 시승했다. 한 때 우리나라에서 수입차 판매 1위를 했던 차종으로 ‘하이브리드’는 이번이 처음이다. 녹 사태, 불매 운동 등의 여파로 국내 시장에서 위기를 맞은 상황에 혼다코리아가 반등 카드로 ‘하이브리드’를 꺼낸 것. 올해 CR-V와 어코드를 중심으로 하이브리드 모델 3000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시승은 전남 영암국제자동차경주장 트랙에서 시작했다. 시승차에 탑재된 세 가지 주행모드(EV, SPORT, ECON)를 체험하기 위해서다. CR-V 가솔린 모델과 달리 하이브리드 모델은 전자식 버튼 타입 변속기를 얹고 있다. 바로 옆엔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큼직한 버튼 세 개가 있다. 버튼을 누르면 하이브리드 전용 계기판을 통해 각 모드의 활성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먼저 EV 모드를 눌렀다. 해당 모드를 온전히 느끼기 위해 40km/h 이하의 속도를 유지하면서 주행했다. 이 때 차량은 전기 모터로만 움직인다. 진동 하나 없이 ‘웅’ 하는 가상음과 함께 나아가는 일반 전기차와 다르지 않다. 속도를 높이면 엔진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며 하이브리드 모드로 바뀐다. 페달에서 발을 떼거나 브레이크를 밟으면 회생제동을 통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엔진과 배터리, 네 바퀴를 오가는 에너지 흐름은 계기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짧고 느긋한 트랙 주행 이후 공도에 오를 시간. 본격적인 주행에 앞서 시승차의 실내외를 살폈다. 생김새는 지난 2019년 부분변경을 거친 가솔린 모델과 거의 같다. 다만 하이브리드임을 나타내는 푸른빛의 H 엠블럼과 인라인 타입 LED 안개등, 배기구를 숨긴 리어 범퍼, 19인치 휠로 가솔린 모델과 차이를 뒀다. 실내의 경우 하이브리드 전용 계기판, 버튼 타입 변속기, 패들시프트 등을 더해 하이브리드 모델임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공도 시승은 영암국제자동차경주장과 해남 땅끝마을길을 왕복하는 약 200km 구간에서 이뤄졌다. 전반적인 주행 소감은 평소 느꼈던 하이브리드 차량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 운전을 하는 동안 배터리와 구동 모터로만 움직이는 순수 전기차를 탄 듯한 느낌을 자주 받는다. 특히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구간이나 저속에서 그 성격이 더욱 두드러진다. 모터가 꽤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일단 CR-V 하이브리드 시스템에는 전기 모터가 2개다. 이와 함께 2.0ℓ 앳킨슨 싸이클 엔진과 E-VCT가 얹혀 움직인다. 평소 자주 접하는 하이브리드 차량의 경우 엔진이 ‘주 동력원’이고 모터가 ‘보조’의 역할을 한다. 혼다의 하이브리드는 그 역할이 반대다. 184마력짜리 모터가 구동에 적극 나선다. 심지어 모터 출력이 엔진 출력(145마력)을 앞선다. 엔진은 발전 역할을 하거나 힘을 보태는 정도다. 

모터가 구동의 중심인 CR-V 하이브리드는 저속에서 고요하다. 중고속대에 접어들면 엔진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엔진이 개입하는 순간 이질감은 매우 적다. 운전하는 동안 감각을 예민하게 열어놓고 있지 않으면 엔진이 회전하는 순간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속도를 붙여 고속으로 꾸준히 달리기 시작하면 E-CVT에 적용된 엔진 직결 클러치를 통해 엔진이 개입하면서 효율을 높인다. 

CR-V 하이브리드는 중저속에서 가장 매력적이다. 한없이 매끄럽고 안정적이며 조용하다. 반대로 고속으로 향할수록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이 차의 합산출력은 215마력. 수치로만 보면 힘을 붙이는데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일찍부터 가속력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실내로 유입되는 엔진음도 꽤 거칠어진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놓고 달리면 반응이 보다 빨라지지만 충분한 힘을 이어나가는 데는 한계가 느껴진다. 

중저속 영역에서의 매끄러운 주행 성능 외에 실내 공간 활용성 역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앞 좌석 센터콘솔은 슬라이드 타입의 트레이를 이용해 노멀, 수납, 대용량 등 3가지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 트렁크 공간도 넉넉하다.  배터리 냉각 시스템을 트렁크 하단에 배치해 가솔린 모델과 마찬가지로 2열 시트를 완전히 편평하게 접을 수 있다. 2열을 모두 접으면 적재공간은 최대 1945ℓ까지 늘어난다.

센서와 카메라로 안전운전을 돕는 ‘혼다센싱’은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편이다. 스티어링휠에 위치한 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ACC) 버튼을 눌러 활성화했다. 30km/h 이상에서 속도와 차간 거리를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인데 저속에서도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됐다. 실제로 이 기능을 켜두니 앞 차량이 신호에 걸려 정차한 상태더라도 브레이크를 따로 밟지 않아도 앞차와의 간격을 맞춰 저절로 안전하게 차를 멈췄다. 

CR-V는 ‘Comfortable Runabout Vehicle’의 줄임말로 처음 등장한 1995년부터 언제 어디서나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는 도심형 차량으로 만들어졌다. 이번에 국내에 출시되는 CR-V 하이브리드 모델 역시 오프로드 기능이나 스포티한 운전 감각을 기대하긴 힘들지만 여전히 편안하고 효율적으로 운행할 수 있는 차량이다. 뉴 CR-V 하이브리드는 국내에 4WD EX-L과 4WD 투어링 2개 트림으로 출시되며, 가격은 각각 4510만원, 4770만원이다.

dajeong@autoca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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