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랭글러도 전기로 달린다! 지프 랭글러 4xe

기자 2021-09-13 12:20:10


[오토캐스트=김선관 기자] 지난 8월 3일 스텔란티스가 2021년 상반기 실적을 발표했다. FCA와 PSA가 합병 후 처음 가진 실적 발표 자리에서 상당한 성장을 이뤘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흥미로운 건 성장 이야기에 이어진 스텔란티스의 전동화 전략이었다. 스텔란티스는 향후 2년간 총 11종의 순수전기차와 10종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내놓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모회사의 전략으로 인해 지프 역시 전동화 옷을 입는다. 지프는 컴패스를 시작으로 레니게이드, 랭글러에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했다.

랭글러는 지프의 상징적인 모델로 시대를 초월하는 오프로드의 아이콘이다. 특히 4세대로 와서 겉으로 드러난 보닛 잠금장치나 도어 힌지는 물론, 각종 램프와 그릴 등의 완성도가 높아졌다. 이전 랭글러는 투박한 느낌이 살짝 있었는데 4세대는 그런 구석을 찾아볼 수 없다.

지프는 그런 랭글러에 전기모터와 배터리팩을 추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했다. 랭글러 4xe는 지금까지 출시된 랭글러 중 가장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모델이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가 내연기관에서 순수전기차로 가는 과도기적인 기술이라고는 하지만 일반 하이브리드보다 큰 배터리와 전기모터로 효율과 성능을 모두 만족시키고, 외부 충전 시설이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나름 활용도가 뛰어나다. 이런 플러그인하이브리드의 성격을 잘 활용하면 교외에선 달리면서 충전을 하고 도심에서는 EV 모드로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달릴 수 있다.

시승차는 오버랜드 파워톱 4xe로 오버랜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전동으로 캔버스톱을 열 수 있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이라고 해서 외관상 특별할 건 없다. 랭글러 4xe는 일렉트릭 블루라는 디자인을 전기 충전기를 꽂을 구멍이 추가될 뿐이다. 엠블럼과 네임배지 등을 보면 옆면에 파란색을 둘러 친환경차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4xe 하이브리드에는 2개의 전기모터와 360V 17kWh 리튬 이온 배터리 팩이 들어간다. 배터리는 2열 시트 아래 위치하고, 기온에 따라 배터리의 컨디션이 달리지지 않게 가열과 냉각회로를 장착했다. 그러니까 어떤 브랜드 전기차처럼 겨울철만 되면 효율이 30%이상 떨어지는 일이 없다는 이야기다. 국내 인증 기준 1회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는 32km로 여느 브랜드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비슷한 거리를 전기로 달릴 수 있다. 랭글러답게 순수 전기 모드에서도 네 바퀴를 모두 굴릴 수 있다. 이 배터리는 완속 충전으로 3시간이면 완충이 가능하고 예약 옵션을 사용할 수도 있다.

운전석 왼쪽 송풍구 아래에는 하이브리드 모드, 일렉트릭 모드, e-세이브(충전) 모드 등 세 가지 주행 모드가 있다. 하이브리드 모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안에는 하이브리드 어플이 따로 마련돼 있어 운전자가 전기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에너지 제어하기가 용이하다.

일렉트릭 모드로 오프로드를 달리는 느낌은 정말 낯설고 이질적이다. 인위적인 소리를 내긴 하지만 그 소리조차 조용하기 때문에 바퀴가 돌 밟는 소리나 차체에 나뭇가지가 스치는 소리가 고스란히 실내로 들어온다. 그래서인지 여느 플러그인하이브리드보다 더 친환경이란 단어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게다가 시승차는 오버랜드 파워톱 모델로 버튼 하나면 랭글러의 지붕을 열 수 있어 머리 위로 선선한 바람까지 느낄 수 있다. 전기로만 오프로드를 오른다고 해서 힘이 부족하진 않다. 앞뒤에 달린 모터가 적절하게 힘을 분배한다. 사실 국내에 왠만한 오프로드는 일렉트릭 모드로 충분히 갈 수 있는 정도다.

온로드에서의 주행에서 핸들링이라든가 주행 감각은 일반 랭글러와 비슷하다. 하지만 내뿜는 힘은 사뭇 다르다. 일반 랭글러는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40.8kg·m를 내는 반면, 랭글러 4xe는 엔진과 2개의 전기모터가 힘을 합쳐 최고출력 385마력, 최대토크 64.9kg·m를 발휘한다. 전기모터가 엔진에 더욱 풍부한 힘을 더하는 것이다. 더 인상적인 건 엔진과 전기모터의 조합이다. 모터에 구동에서 엔진이 개입되는 과정이 매끄럽다. 운전자는 그냥 가속페달을 밟고 달리면 차가 알아서 배터리 상황을 체크해 적절히 엔진과 모터를 주무른다. 다만 385마력을 내뿜을 경우 생각보다 배터리가 그리 오래 버티진 못한다. 예상보다 배터리 소모가 빠르다.

전기로 달리는 랭글러가 조금은 낯선 게 사실이지만 우리가 앞으로 만나야 할 차라는 분명해 보인다. 더욱이 오프로드에서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달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랭글러 4xe는 랭글러 오버랜드 4xe, 랭글러 오버랜드 파워톱 4xe 두 가지 트림으로 출시되고, 가격은 각각 8340만원, 8690만원이다. 일반 모델에 비해 꽤 비싼 가격에 실망한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국내에 들여온 사전 계약 물량 80대는 이미 완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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