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기행#5] 가게는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 함평 곱창국밥

BMW X5 타고 떠나는 국밥기행
봄 기운 가득한 함평 장안식당의 곱창국밥 한 그릇
작가, 사업가로 살아온 양승덕의 따뜻한 이야기
2024-04-06 10:00:03

글・사진=양승덕
에디터=이다일

함평 장안식당의 옛모습 / 사진=양승덕 작가

가수 윤도현은 앞길이 보이지 않아도, 추운 겨울이 힘겨울지라도 꿈을 찾아 세상을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나비를 노래로 동경했다. 왜 하필 나비였을까? 누군가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을 때 나비가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써내려 갔을 가사를 생각하면 크게 틀리지 않았음을 동감할 수 있다. 고통스럽고 볼품없는 번데기 시절을 거쳐 화려한 날갯짓으로 꽃의 번식을 돕는 나비는 꿈과 희망의 상징인가보다. 그래서였을까? 전남 함평군은 1999년부터 따뜻한 봄에, 함평천 고수부지 유채꽃 밭을 배경으로 나비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가만가만 꽃밭 한가운데 서서 나비멍(?)을 즐기다 보면 구름이 떠가고, 꽃이 하늘 거리고, 형형색색의 화려한 나비들이 급격히 움직이는데 그 풍경이 호접몽의 몽환적인 기분 그대로다. 함평을 찾았을 때가 그랬다. 나비가 되어 꿈과 현실이 쉽게 구분되지 않았던 기분이 펼쳐지고 있었다. 봄 햇살이 지면에 쏟아지는 것을 보고 있으면 현기증이 났다.


함평 장안식당을 찾았을 때는 봄이 한창이었다. 두번째 방문이다. 2017년에 처음 국밥기행을 떠났던 날, 장안식당은 방문 우선순위였다. 허름한 옛집의 정취가 좋았다. 곱창국밥은 곱창의 출신성분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쫄깃하고 냄새 없이 담백했다.

그 곱창국밥 맛을 잊지 못해 봄을 맞아 다시 갔을 때 그 자리에 식당은 없었다. 옛 정취를 머금고 있던 한옥스타일의 식당은 하천 옆 번듯한 건물 1층으로 이사했다. 여전히 찾아온 나그네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하고 안심할 수 있었다. 곱창국밥, 이름이 낯설기는 하지만, 함평이 한우로 유명하다는 사실을 기억해 보면 호기심이 생긴다.

붉은 국물이 과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첫 인상을 풍기며 곱창국밥이 상에 나오면 국물을 먼저 맛본다. 밥이 같이 말아져 있고, 그 위로 부추와 깨, 들개가루, 곱창, 허파, 내장 고기들이 듬뿍 올려져 있다. 그 내용물이 부담스럽지 않을까 걱정하며 국물을 한 모금 입에 넣으면 부담 없는 담백함이 느껴진다. ‘뭐지?’ 하는 느낌이 목구멍을 통해 올라온다. 된장을 풀었음을 알 듯한 국물, 특유의 돼지 부속고기는 냄새가 없어 거부감을 물리친다. 과한 양념이 너무 얼큰하거나 맵지 않을까 걱정되지만 편견이다. 슴슴하면서도 담백한 국물 맛은 곱창국밥이라는 부담을 이내 극복하게 한다. 동글하게 오므린 곱창과 넙적하게 퍼진 허파 그리고 내장 고기들은 지나치지 않게 제 맛을 낸다. 국내산 재료를 정성껏 손질해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양념이 몰리지 않게 골고루 저어서 먹어야 하고 고기를 부위별로 젓가락으로 올려서 먹다 보면 금새 뚝배기의 바닥이 보이기 시작한다. 한우가 유명한 동네에서 돼지 부속 내장고기와 곱창을 재료로 이런 맛을 내는 것은 오랜 시간에서 나오는 내공 때문이리라.

장안식당의 이름은 예전에 함평 5일장이 서는 시장 안에서 장사를 해서라고 한다. 전남의 한적한 시골 동네에 5일장이 서면 값싼 재료를 듬뿍 넣어 구수하게 푹 끓인 곱창국밥이 장보러 온 시골 인심들에게 인기였을 것이다. 세월이 느껴지는 국밥 한 그릇이 사람의 허기를 채우고 마음을 위로했을 것을 생각하면 국밥이 주는 묘미는 변하지 않아서 좋다.

그 변하지 않는 묘미가 장안식당을 두 번째 방문했을 때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허름한 한옥에서 먹던 곱창국밥은 소주 반 병을 함께 먹기에 좋았다면, 깨끗하게 옮긴 두 번째 식당에서는 소주 생각이 간절하지 않았다. 국밥만 먹고 빨리 일어서야 할 것 같았다. 그나마 그 맛이 그대로였으니 만족해야 했다. 아쉬움이 남아 천변에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함평의 기운을 다시 살폈다. 아까 봤던 배추흰나비 한 쌍이 나풀거리며 강가를 산책하고 있었다. 현실에 얽매이지 않는 나비의 꿈을 꾸고 싶었다.

양승덕 작가 / 홍보회사 웰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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